은혜는 내 세발자국 뒤에 있었다. 상기된 얼굴로 돌아봤을 때 은혜는 발을 꼬물거리며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가로등의 불이 켜지고 은혜의 눈썹 아래로 그림자가 짖게 깔렸다. 은혜는 몸을 조금 꼬며 말했다.
"오빠, 나는 아직…"
못들은 척 은혜의 바로 앞에 가까이 다가섰다. 모으고 있던 은혜의 양손을 잡아 가볍게 쥐어 은혜의 가슴 팍까지 가져갔다. 은혜는 갑작스럽게 잡힌 손에 말을 잊고 눈을 나에게 향했다.
"오늘 어땠어?" "오늘? 오늘 좋았어." "맛있는거 많이 먹었지." "응" "날씨도 좋았지?" "웅, 바람도 좋았어." "카페도." "응" "내일도 나랑 같이 있자. 내일도 좋을 꺼야."
말을 마칠 때는 내 얼굴과 날 올려다보는 은혜의 얼굴이 곧 부딪칠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은혜의 눈은 가까이 있는 내 입술에 쏠려있었다. 은혜의 손을 잡고 말했다.
"갈까?" "응"
차로 향했다.